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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 성화묵상] 렘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려지심' "거기 너 있었는가?" — Art is long

[고난주간 성화묵상] 렘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려지심' "거기 너 있었는가?"

  고난주간 성화 묵상 다섯 번째 시간으로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십자가에서 내려지심>이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러면 그림 속으로 출발해 볼까요?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십자가에서 내려지심 The Descent from the Cross>이라는 제목으로 1633년 판화와 유화를 제작했으며, 1634년에도 다시 유화를 그렸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공화국의 최고 통치자였던 오라녜 공 프레데릭 헨드릭은 헤이그에 있는 자신의 개인 예배당을 장식하기 위해 렘브란트에게 '그리스도의 수난 시리즈'를 의뢰했습니다. 이 시리즈 중 하나가 바로 <십자가에서 내려지심>입니다.

 

렘브란트의 1633년 <십자가에서 내려지심>이란 작품을 보여주는 이미지
<십자가에서 내려지심> 1633년, 89.4x65.2cm,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


  이 작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비통한 순간을 묘사합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강한 빛이 예수의 창백한 시신과 그를 둘러싼 주요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비추며, 장면의 비극성과 신성함을 동시에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시신은 영웅적인 모습이 아니라, 죽음의 무게로 인해 축 늘어진 힘없는 모습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동시대 화가였던 루벤스가 그린 근육질의 이상적인 예수의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시신을 내리는 인물들의 힘겨워하는 표정과 자세 또한 현실감을 더합니다.

 

  그림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머리에 터번과 같은 화려한 두건을 쓴 사람은 예수의 시신을 요구했던 부유한 공회원 아리마대 요셉입니다. 예수님의 다리 부분을 붙잡고 있는 남자는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고데모입니다. 그리고 십자가 아래에는 아들의 죽음에 실신한 성모 마리아가 보입니다.

 

  가장 주목할 인물은 사다리 위에서 푸른 베레모를 쓰고 예수의 몸을 붙들고 있는 남자입니다. 그는 바로 화가 렘브란트 자신입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얼굴을 성화 속에 그려 넣어, 성스러운 사건에 직접 참여하고 그 의미를 증언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찬송가 중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렘브란트는 마치 그 질문에 "예,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라고 응답하듯 그림 속에 자신을 등장시켰습니다. 고난주간에 우리도 렘브란트처럼 십자가 사건을 단지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주님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레데릭 헨드릭 공은 1633년에 완성된 이 작품과 <십자가를 세움>에 크게 만족했다고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렘브란트는 이후 10여 년에 걸쳐 <승천>, <매장>, <부활> 등의 수난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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